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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이해

    한 달 전, 미국 할리우드에서 15년 만에 영화•방송작가의 파업이 이루어졌다. 1만여 명의 작가로 구성된 이 파업은, 넷플릭스, 애플tv와 같은 OTT(주1)의 빠른 성장으로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업무 강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저임금을 받는다며 작가 처우와 노동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파업의 또 다른 큰 축은 AI(주2)의 대본 작성이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제작사에는 단순히 몇 개의 단어나 상황만 입력해도 인물이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AI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작가들에게는 OTT의 성장과 AI의 발전이 큰 위협으로 다가왔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과연 AI의 발전이 작가들, 소위 글쟁이에게만 위기로 다가온 것일까. 최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AI의 발전으로 사무나 행정, 창작 분야 등을 제외한 육체노동의 일자리가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 세무사, 통•번역사 등 고학력의 화이트칼라나 예술 창작 분야의 직업이 건설직보다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추세이다.
    특히,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활동이라고 생각한 예술 창작 분야에서 그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미 AI를 활용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OTT에서 개봉하거나 등록되고, 유튜브, 카카오tv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자막이나 효과 등을 AI 도움으로 만든 영상들이 넘쳐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연극’을 또는 영화나 드라마를 배우는 것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여기서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이론적 학습만이 아닌, 직접 제작에 참여해 영화나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어차피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대본 작성도 하고 배우나 카메라 없이 영화를 만들 텐데 굳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일까? 심지어 해당 직업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데에도 말이다.
    현재 한국학교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드라마반 수업을 하고 있으므로 위 내용에 대한 대답을 한국학교의 어린이나 청소년의 관점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창작 그리고 협동의 가치
      현장에서는 지금까지도 오락과 상업성 등을 이유로 ‘드라마는 예술이다 아니다’를 놓고 이야기가 오가곤 한다. 영화야, 진작에 종합예술로서 평가받았고 연극은 오래된 대표적인 공연예술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불필요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연극, 영화, 드라마, 심지어 애니메이션까지 하나로 묶어 임의로 ‘종합 창작예술’이라 하겠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얻는 그 가치와, 다른 예술과는 다르게 여러 분야의 예술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창조’되는 복합적이고 협동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창작은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써 아름다움, 감동, 인간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기획부터 대본 작성, 연기, 연출 등을 하는 우리 아이들은 종합 창작예술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창작이라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공유하고 감정적인 공감과 감동을 표현한다.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며 만들어진 이 창작물 속에는 문화적인 독립성, 다양성을 형성하는 문화적 가치가 숨어 있다.
      종합예술 또는 종합 창작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분야의 예술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많은 창의적 표현과 다양한 예술적 참여의 기회를 얻고 동시에 협동과 리더십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문학, 무용, 미술 등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서로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은, 갖가지 예술을 경험하고 각기 다른 역할에서 창의성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적절하게 다루고 공동체 일부로서 책임감을 가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종합 창작예술에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는 둘째치더라도 문화와 예술의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창작의 가치, 그리고 협동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자기표현과 소통 능력의 강화
      창작 활동은 자기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대본과 콘티를 위한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그리고 연기는 자신의 생각, 감정, 경험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더군다나 아직 한글이 서툰 한국학교 어린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도구들은 단순히 자기표현의 수단뿐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한글이나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혀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실제로, 수업을 듣는 많은 아이가 자신만의 생각을 말이나 몸으로 표현하고 글이나 그림으로 상상력을 발휘했다. 비록 조금은 어설프더라도 내면의 감정을 연기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경험한 아이들은 협동을 요구하는 종합 창작예술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소통하는 능력을 발전시킨다.
      이를테면, 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 아이들이, ‘극’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야기하고 나타내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3. 다양한 문화의 이해
      다양한 이야기와 캐릭터는 아이들에게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촉진한다. 아이들은 연기를 통해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캐릭터를 몸소 경험하고 소통한다.
      또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수히 많은 여러 가지의 글 또는 이야기, 그림, 영상을 참고하며 자신만의 색을 입힌다. 읽기가 글쓰기에 필수 요소인 것처럼, 창작과 예술을 위해서도 폭 넓은 시각으로 많은 작품을 접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창작이라는 것도, 예술이라는 것도 결국은 문화의 한 부분이다. 즉,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이나 창의력을 넓혀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는 것도 어떤 문화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들만의 각양각색의 창작물은, 앞서 서술했듯, 문화적 다양성, 독립성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다양성에 대한 경험을 통해 인간성을 발전시키고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100여 년 전, 뤼미에르 형제 최초의 영화가 극장에서 시민들을 놀라게 하고, 이후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세상 아이들의 영웅이 되었다.
      그 뒤에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방대한 서사의 기초에는 연극이 있다.

    그러나 결국 ‘종합창작예술’이라는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그들 나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내면의 감성을 자극하고 정서를 표현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신들의 삶과 경험을 담아낸 하나의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그것이 왜 우리 아이들이 연극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다. 이 자리를 빌려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우리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글쓴이: 이광열(어린이 드라마반, 초등 2반 담당)]

    카메라를 위쪽의 QR코드에 갖다대면 재미있는 현장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 1> OTT(Over The Top): 셋톱박스를 넘어선다는 의미로, 기존 케이블이나 위성 방송을 통해 컨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닌, 인터넷 기반의 VOD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장치나 장소의 제약없이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가 대표적이다.

    <주2> AI(Artificial Intelligence): 뉴럴네트워크와 딥러닝을 통해 인간처럼 학습하고 사고와 논리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 여기서는 주로 문자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Stable diffusion, 영상 처리 인공지능 Runway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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